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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원에서 사무국을 맡고 있는 디자인브랜드경영학회(DBMS)는 2004년 5월 14일(금) 은행회관 컨벤션센터에서 ‘2004 DBMS 세미나 및 정기총회’를 개최하였습니다. 박천일 DBMS 이사의 사회로 진행된 본 행사에서는 학회 출범 1주년을 맞이하여 ‘한국의 정체성과 디자인 브랜드’라는 주제로 한국의 디자인, 브랜드 경영의 현황과 미래에 대한 강연을 듣고, 앞으로 학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서 모색해 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세미나 첫 번째 순서로 김경동 국제정책대학원 교수의 ‘한국 사회의 문화적 아이덴티티(Identity): 디자인과 브랜드를 위한 함의’에 관한 주제 강연이 진행되었습니다. 본 강연에서는 한국의 정체를 어떻게 파악해야 하는가와 한국 사회의 문화적 측면에서 정체를 부각시키는 방법에 대해서 생각해 보고, 이를 통해서 디자인과 브랜드를 ‘한국의 정체’와 관련시켰을 때 어떻게 이해하고 발전시킬 수 있을 지에 대해 거시적인 측면에서 고찰해 보았습니다.
정체 즉, 아이덴티티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음양변증법’이라는 동아시아에 원류를 둔 준거 틀(Frame Reference)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정체라는 것은 나 혹은 우리가 누구냐는 질문을 두고, 우리 스스로가 우리를 내세울 수 있을 때 독자성이 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며, 동시에 외부의 다른 이가 객관적으로 바라보았을 때 그 독자성을 인정할 수 있어야 성립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정체는 시공간과 횡, 종적인 매트릭스 속에서 나타나는 것으로 완벽하게 고립되고 차별적인 것을 만들어내기란 불가능 합니다. 즉, 문화적 정체는 보편성도 있지만, 사회 내의 변화로 차별성이 나타나기도 하며, 접변현상으로 새로운 문화가 등장하기도 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볼 때, 한국 사회의 문화적 정체는 결국 우리 문화의 특수성과 세계 문화의 보편성이라는 대내외적 요소들 사이의 음양변증법적 상호작용 속에서 생성, 변화, 발전해가는 현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변천하는 문화 속에 디자인과 브랜드를 내세우려 할 때 무엇보다 교육의 의미를 강조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가장 기본이 되는 창의력과 정성, 헌신과 같은 자세 함양을 위한 교육이 바로 디자인과 브랜드 분야에서 우리 문화의 정체 발전을 위해서 가장 밑받침이 되는 요소라고 할 수 있으며, 나아가서 음양변증법의 묘미를 살린 우리 선조들의 문화 유산을 새로운 문화 창조의 자원으로 적극 살리는 것도 필요하겠습니다.
두 번째 강연으로 한국의 정체성을 살린 디자인으로 널리 인정을 받고 있는 ‘쌈지의 디자인 브랜드 경영 사례’에 대한 천호균 쌈지 대표의 사례 발표가 있었습니다. 외국어 회사명과 상품명이 난무하던 1980년대 중반에 쌈지는 남들과 달리 순수 한글로 기업명을 정하고 손맛이 나고 정성이 깃든 상품을 만들겠다는 차별화된 목표를 가지고 설립되었습니다. 쌈지의 디자인이 추구하는 것은 바로 ‘예술(Art)’로, 상품을 만들어 내는데 있어 예술적인 분위기를 가지고 예술가의 정신이 깃든 브랜드를 만드는 것입니다. 쌈지는 이러한 브랜드에 대한 컨셉과 철학을 ‘쌈지골목’에서 실현하고자 합니다. 즉, 자유롭고 창의적인 사람들이 일하는 쌈지와 따뜻한 사람들이 모이는 전통의 거리 인사동에서 가장 공통적인 예술을 만들어 내는 것입니다. 한 예로 쌈지골목의 대표적인 가게인 ‘숨’이라는 브랜드는 전통의 재해석이라는 큰 맥락에서 자연의 이미지와 장인의 숨결과 지혜를 표현하고자 만든 브랜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이 독창적이고 건강한 문화를 내보이는 것이 쌈지 디자인과 브랜드의 독특함입니다.
마지막으로 전창록 삼성전자 차장의 ‘삼성전자 브랜드 성장의 원동력’에 대한 사례 발표가 있었습니다. 본 강연은 현재 80조원이 넘는 브랜드 가치를 지니고 있을 만큼 세계적인 그룹으로 발전한 삼성 브랜드의 정체성과 마케팅 전략에 대한 내용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삼성의 브랜드 성장 원동력은 Product Leadership, 조직 구조, 차별화된 마케팅 활동으로 나누어 설명할 수 있습니다. Product Leadership이라는 것은 경쟁자와 차별화되는 가장 기본적인 요소 즉, 기술, 디자인, 상품의 질 등을 의미하며, 이는 삼성이 소비자와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밑거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삼성이라는 브랜드를 관리할 수 있는 조직 구조의 역할과 지속적인 글로벌 마케팅 활동 역시 삼성의 주요 성장 원동력입니다. 삼성의 가장 대표적인 제품이라고 할 수 있는 애니콜이 자동차의 벤츠와 비유가 될 만큼 세계적으로 성공한 것은 기술적인 밑받침과 더불어 제품의 차별성, 그리고 그와 연계된 다양한 마케팅 활동에 기인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국의 정체성과 디자인 브랜드’에 대한 세미나 및 토론을 마친 후에 2004 DBMS 정기총회가 진행되었습니다. 학회 창립 1주년을 맞이하여 개최된 정기총회에서는 지난 2003년 동안의 학회 활동 및 회계보고가 있었으며, 2004년 활동계획 및 예산안 승인이 이어졌습니다. 또한, 회원 추천 및 동의에 따라 조동성 학회 회장이 2004년도 회장으로 연임하는 것이 승인 되었으며, 2004 DBMS 감사로는 학회 회원인 김원택 IDAS 교수와 김재범 성균관대학교 교수가 선출되었습니다.
지난 1년간 회원 여러분의 참여와 관심 덕분에 학회가 자리를 잡고 다양한 활동을 펼칠 수 있었음에 감사의 말씀을 올리고 앞으로 DBMS가 계획 중인 디자인, 브랜드 경영에 관한 많은 활동에 많은 관심과 격려 부탁 드립니다.
김유진 연구원 egkim@ip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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