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영 지사장(페클러 코리아)

디자인산업연구회는 2005년 11월 2일(수) 11월 정기모임을 가졌습니다. 이번 모임에서는 세계적인 트렌드 분석 회사인 페클러 코리아(Peclers Korea)의 이순영 지사장이 ‘트렌드와 디자인’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해주었습니다.

트렌드의 개념 및 정의

사람들의 행동과 취향을 살펴보면 공통된 하나의 흐름이 있는데 우리는 이를 가리켜 ‘트렌드’라고 합니다. 보통 우리가 알고 있는 ‘유행’은 6개월 미만의 한시적인 속성을 가지고 있지만 트렌드는 수년 또는 수십 년간 조금씩 변화하며 지속되는 속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트렌드에는 여러 종류가 있는데 그 중 디자인 트렌드는 평균 3~5년 정도 지속되며, 여러 트렌드를 분석하여 그 핵심을 모은 메가트렌드는 이보다 훨씬 오랜 시간동안(평균 10년 이상) 지속되기 때문에 사회 현상에 대한 예측까지 가능하게 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트렌드가 지속되는 기간 중에는 새로운 트렌드가 정착되기도 하고 이전 트렌드가 부활하거나 상실되는 등의 변화가 생기기도 합니다.

트렌드의 분석방법: 기호론적 분석 프로세스

트렌드의 분석방법 중의 하나인 ‘기호론적 분석 프로세스’란 인지과학에 근거하여 형성된 직관력과 판별력을 통하여 어떤 새로운 트렌드의 징후를 발견하고 이 징후의 의미를 분석, 예측하여 의견을 표명하는 일련의 과정을 말합니다. 이 기호론적 분석 프로세스는 현실 속 생활세계에 산재해 있는 일련의 기호정보를 관찰하고 이 중 몇몇 선별적인 기호들 중 최종적으로 트렌드의 징후를 나타내는 기호들을 찾아 의미를 해석하며, 이를 개념화함으로써 새로운 인식세계를 형성, 이를 언어로 전달하는 단계로 이루어집니다. 그리고 이때 형성된 새로운 인식세계는 과학의 근원적인 방법에 기반한 추측적인 의미해석에 의한 결과물이 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기호학적 접근에 의한 분석방법은 현재의 사회와 사람들의 행동을 관찰하여 트렌드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요소들을 분석하고 해석하여 제시하는 단계를 거치므로 과학적인 방법에 기반한 트렌드 분석방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트렌드의 진행 프로세스

트렌드는 인식형성에 의해 자연스럽게 형성되고 받아들여져서 우리의 삶 속에 반영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러나 어떠한 트렌드가 사람들에 의해 공유되는 환경이 형성되었을 때는 이미 패션, 공간, 제품, 시각 등의 분야에서 그 트렌드가 반영된 디자인을 제시하기에는 시간적으로 늦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이 트렌드를 공유하게 되는 시점과 트렌드가 디자인에 반영되어 제시되는 시점을 맞물리게 하기 위해서는 예측 가능한 2~3년이라는 근 미래의 시간적 범위 안에서 작업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트렌드의 진행 프로세스는 트렌드의 분석을 통해 트렌드를 예측하는 단계인 트렌드 분석 프로세스와 예측된 프로세스가 디자인에 적용되어 나타나는 단계인 트렌드의 시계열 프로세스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트렌드의 형성요인과 디자인의 연관성

오늘날 우리가 직면한 시장환경의 변화는 정치, 경제, 사회•문화, 과학•기술 등 전 영역에 걸쳐 일어나고 있는 총체적인 패러다임의 변화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정치, 경제, 사회•문화, 과학•기술 등은 메가트렌드를 이끄는 중요한 트렌드의 형성요인이 되며, 이러한 형성요인들은 디자인을 에워싸고 있는 제반 환경요인으로서 디자인 트렌드를 조사하고 분석하는 대상이 됩니다. 이렇듯 트렌드의 형성요인은 디자인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며 트렌드와 디자인은 정보의 수집과 분석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밀접한 연관성이 있습니다. 따라서 디자인을 하는데 있어서 트렌드의 형성 요인에 대한 면밀한 관찰이 선행되어야 하며 특히 메가트렌드 분석을 통해 시장 환경의 변화를 파악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남들보다 앞서 정확하게 시장의 트렌드를 예측하고 이를 디자인에 반영하는 능력은 국가의 디자인 경쟁력을 좌우하는 중요한 척도가 될 것입니다.

이번 모임은 트렌드란 무엇이며, 어떻게 형성되고 왜 분석이 필요한지 그리고 이러한 트렌드는 디자인과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에 대해 현 트렌드 컨설턴트로부터 직접 들을 수 있었던 의미 있는 시간이었습니다.